
안녕하세요.
오스정형외과 안희찬 원장입니다.
오늘은 만성 질환이 아닌
사고로 손가락을 다친
환자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물건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는 건
정말 한 순간이죠.
오늘의 환자 분도 평소처럼 일을 하던 중
파채기계에 손가락을 다쳐 내원하셨습니다.
파를 채써는 이 기계는
파절기, 파절이, 파채기, 파절단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더라구요.
파를 밀어넣거나 세척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잘 활용하면 매우 편리한 기계지만,
여러 개의 칼날이 빠르게 회전하며 작동하기 때문에
아차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이 기계에 다쳐서 오는 분들은
드물지 않습니다. 종종 있는 편이죠.
다행히도 다치자마자 바로 오셔서
외래를 잠시 멈춰 두고
응급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마취 방법
손가락 수술이기에 '팔'만 마취하는
'상완신경총 마취'를 진행해봅니다.
전신마취, 팔 마취, 손가락 마취 등
다양한 마취 방법이 있지만
저는 팔 마취를 선호하거든요.

우선 전신마취는 자고일어나면
수술이 끝나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식시간이 길고 기도삽관이 필요해서
회복 과정이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또 손가락 마취는 마취 범위가 국소적인 장점이 있지만,
손가락에만 마취제가 작용하도록 하기 위해
토니켓(지혈대) 을 강하게 묶게 됩니다.
이미 혈관과 연부조직이 손상된 상황에서
수술시간 내내 혈류를 막아버리면
주변 조직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제한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수술 부위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인 마취를 위해 팔 마취를 선호합니다.
수술과정 (세척 → 혈관클립 지혈 → 뼈 고정 → 연부조직 봉합 → 피부봉합)
⚠️ 아래부터는 수술 부위 사진이 포함되어있으니 노약자 및 임산부는 주의하세요.

수상부위를 확인해보겠습니다.
파채기계 칼날 모양처럼
세로로 길게, 여러 갈래로 손상된 게 보이시죠.
다치자마자 병원에 방문한 시점엔
아마 주변 혈관이 터져 피가 많이 나고있을겁니다.
따라서 어디가 어떻게 손상되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수술의 첫 단계로 세척을 하게 됩니다.
자세히보면 쇳가루 같은 이물질이
끼어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식염수로 피와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냅니다.

시야 확보가 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로는
터진 혈관을 클립으로 막아
더 이상 피가 나지 않도록 임시조치합니다.
엑스레이 사진 상 얇은 선 같은 게 클립이에요.
세번째로는 뼈를 고정합니다.
피부, 혈관만 손상된 게 아니라
뼈의 끝마디도 골절된 상황이라,
핀을 박아 간단히 고정해줍니다.
그 다음은
손상된 연부 조직을 수습해볼게요.
이번 수술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무래도 '혈관'이었습니다.
큰 혈관 줄기들을 찾아 잘 이어붙이고
작은 혈관들은 봉합하진 않고 지혈만 해두었습니다.

보통 미세수술에서는 끊어진 혈관들을
최대한 이어붙이는데 애를 쓰지만
지금처럼 절단면이 명확하지 않고
혈관이 산산조각난 경우에는
작은 혈관까지 챙기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수술을 대충 한 거 아닌가'하는
불신이 들 수도 있지만 안심하셔도 됩니다.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제자리를 찾아 붙게 되거든요.
연부조직까지 정리했으니
절단면을 잘 봉합하면 수술은 끝이 납니다.

봉합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듬성듬성 꼬매두었습니다.
보기에는 엉성해보이지만
굳이나 이렇게 봉합하는 이유는
붙지 않은 피부 사이사이로
진물이 잘 빠지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회복의 시간
이렇게 수술을 마친 뒤에는
무사히 회복하는지
2~3주간 지켜봐야하는데요.
혈관이 잘 이어져서 피가 돌면 피부가 살아날텐데
만약 피부가 죽어버린다면
다음 수술을 계획해야합니다.
피부 이식을 하거나
피부와 주변 조직 혈관까지 옮기는
피판술(flap)을 진행할 수 있죠.
오늘 사례의 환자 분은 문제 없이
잘 회복되어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수술 후 5개월 뒤의 사진인데요.
자세히 보면 절단되었던 것처럼
세로 방향의 선이 약간 보이긴 하지만
이만하면 다행입니다.
잘 회복된 걸로 보이네요.

손톱쪽으로 한 번 보면
손톱 부분이 살짝 위축된게 보이긴 하죠.
손톱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네일베드(nail bed, 조상)' 부분이 손상되면
다치기 전처럼 완벽하게 회복할 수 없습니다.
다치기 전처럼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 해 아쉽기는 하지만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물건을 잡는 등
손을 사용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겁니다.
병원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다보면
평소 긴장도가 높은 분들의
치료 과정이 더 험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안하고 예민한 상태에서는
몸도 더 예민하게 반응해서인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길 때도 있거든요.
반면에 "의사 선생님께 맡겨보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신 분들은
치료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참 신기하게도요.
비단 병원에서 뿐만 아니라
그냥 삶을 살아가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일을 맡겼다면
믿고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걱정이 너무 많아서
"잘하고 있나?"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계속 지켜보며 간섭하면,
결국 일은 맡은 사람도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것 같아요.
상대방을 못 믿고 계속 지켜본다고 해서
일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요.
제가 드리고자 했던 말은 간단한데,
얘기가 길어졌네요.
병원이라는 곳이 환자분들께는
익숙하지 않고 걱정되는 공간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예민해지실 수 있지만,
그래도 믿고 맡겨주시면
저희도 최선을 다해 치료해보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큰 걱정은
조금 내려놓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