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사례

파채 기계에 손가락 다쳤을 때, 다시 붙일 수 있을까요?

운영자

2026.04.16

 

안녕하세요.

오스정형외과 안희찬 원장입니다.

​

오늘은 만성 질환이 아닌

사고로 손가락을 다친

환자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물건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나는 건

정말 한 순간이죠.

​

오늘의 환자 분도 평소처럼 일을 하던 중

파채기계에 손가락을 다쳐 내원하셨습니다.

​

파를 채써는 이 기계는

파절기, 파절이, 파채기, 파절단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더라구요.

​

파를 밀어넣거나 세척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소용 파채기계 모양
파채기계 칼날

 

 

 

 

 

 

 

 

 

 

 

 

 

 

 

잘 활용하면 매우 편리한 기계지만,

여러 개의 칼날이 빠르게 회전하며 작동하기 때문에

아차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

이 기계에 다쳐서 오는 분들은

드물지 않습니다. 종종 있는 편이죠.

​

다행히도 다치자마자 바로 오셔서

외래를 잠시 멈춰 두고

응급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마취 방법

 

손가락 수술이기에 '팔'만 마취하는

'상완신경총 마취'를 진행해봅니다.

​

전신마취, 팔 마취, 손가락 마취 등

다양한 마취 방법이 있지만

저는 팔 마취를 선호하거든요.

 

 

우선 전신마취는 자고일어나면

수술이 끝나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금식시간이 길고 기도삽관이 필요해서

회복 과정이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

또 손가락 마취는 마취 범위가 국소적인 장점이 있지만,

손가락에만 마취제가 작용하도록 하기 위해

토니켓(지혈대) 을 강하게 묶게 됩니다.

​

이미 혈관과 연부조직이 손상된 상황에서

수술시간 내내 혈류를 막아버리면

주변 조직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제한될 수 있거든요.

​

​

그래서 수술 부위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인 마취를 위해 팔 마취를 선호합니다.

 

수술과정 (세척 → 혈관클립 지혈 → 뼈 고정 → 연부조직 봉합 → 피부봉합)

 

⚠️ 아래부터는 수술 부위 사진이 포함되어있으니 노약자 및 임산부는 주의하세요.

 

 

수상부위를 확인해보겠습니다.

파채기계 칼날 모양처럼

세로로 길게, 여러 갈래로 손상된 게 보이시죠.

​

다치자마자 병원에 방문한 시점엔

아마 주변 혈관이 터져 피가 많이 나고있을겁니다.

​

따라서 어디가 어떻게 손상되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수술의 첫 단계로 세척을 하게 됩니다.

​

자세히보면 쇳가루 같은 이물질이

끼어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식염수로 피와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냅니다.

 

 

시야 확보가 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로는

터진 혈관을 클립으로 막아

더 이상 피가 나지 않도록 임시조치합니다.

엑스레이 사진 상 얇은 선 같은 게 클립이에요.

​

세번째로는 뼈를 고정합니다.

피부, 혈관만 손상된 게 아니라

뼈의 끝마디도 골절된 상황이라,

핀을 박아 간단히 고정해줍니다.

​

그 다음은

손상된 연부 조직을 수습해볼게요.

​

이번 수술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무래도 '혈관'이었습니다.

큰 혈관 줄기들을 찾아 잘 이어붙이고

작은 혈관들은 봉합하진 않고 지혈만 해두었습니다.

 

 

보통 미세수술에서는 끊어진 혈관들을

최대한 이어붙이는데 애를 쓰지만

지금처럼 절단면이 명확하지 않고

혈관이 산산조각난 경우에는

​

작은 혈관까지 챙기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죠.

​

'수술을 대충 한 거 아닌가'하는

불신이 들 수도 있지만 안심하셔도 됩니다.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제자리를 찾아 붙게 되거든요.

​

연부조직까지 정리했으니

절단면을 잘 봉합하면 수술은 끝이 납니다.

 

 

봉합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듬성듬성 꼬매두었습니다.

​

보기에는 엉성해보이지만

굳이나 이렇게 봉합하는 이유는

붙지 않은 피부 사이사이로

진물이 잘 빠지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회복의 시간

 

이렇게 수술을 마친 뒤에는

무사히 회복하는지

2~3주간 지켜봐야하는데요.

​

혈관이 잘 이어져서 피가 돌면 피부가 살아날텐데

만약 피부가 죽어버린다면

다음 수술을 계획해야합니다.

​

피부 이식을 하거나

피부와 주변 조직 혈관까지 옮기는

피판술(flap)을 진행할 수 있죠.

​

오늘 사례의 환자 분은 문제 없이

잘 회복되어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수술 후 5개월 뒤의 사진인데요.

​

자세히 보면 절단되었던 것처럼

세로 방향의 선이 약간 보이긴 하지만

이만하면 다행입니다.

잘 회복된 걸로 보이네요.

 

 

손톱쪽으로 한 번 보면

손톱 부분이 살짝 위축된게 보이긴 하죠.

​

손톱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네일베드(nail bed, 조상)' 부분이 손상되면

다치기 전처럼 완벽하게 회복할 수 없습니다.

​

다치기 전처럼 완벽하게 회복되지 못 해 아쉽기는 하지만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물건을 잡는 등

손을 사용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겁니다.

 


 

 

 

병원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다보면

평소 긴장도가 높은 분들의

치료 과정이 더 험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불안하고 예민한 상태에서는 

몸도 더 예민하게 반응해서인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길 때도 있거든요. 

​

반면에 "의사 선생님께 맡겨보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신 분들은 

치료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참 신기하게도요.

​

​

비단 병원에서 뿐만 아니라

그냥 삶을 살아가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일을 맡겼다면 

믿고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

걱정이 너무 많아서

"잘하고 있나?"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계속 지켜보며 간섭하면, 

결국 일은 맡은 사람도 신경이 쓰여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것 같아요.

​

상대방을 못 믿고 계속 지켜본다고 해서 

일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요. 

​

​

제가 드리고자 했던 말은 간단한데,

얘기가 길어졌네요.

​

병원이라는 곳이 환자분들께는 

익숙하지 않고 걱정되는 공간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예민해지실 수 있지만,

​

그래도 믿고 맡겨주시면

저희도 최선을 다해 치료해보겠습니다.

​

그러니 너무 큰 걱정은 

조금 내려놓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