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외과에 오는 환자라 하면
허리 아프거나 손발 삐끗하거나 해서
물리치료 받고 주사맞고 약 받고,
이렇게 생각하죠 보통.
그러나 수술하는 전문 병원에 있으면
크게 다치는 환자들을 종종 만납니다.
손가락의 일부를 잃거나
손목 전체가 바스라지는 사고도 있으며,
차마 더 말하기 힘든 사고들도 많아요.
그 중 오늘은
손가락을 잃은 분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번 사례의 환자 분은 산재사고로 인해
검지부터 약지까지 손상되어 오셨어요.
두번째, 다섯번째 손가락은
사고 시 가지고 오셨던 손가락 일부를 붙여
큰 무리 없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다만 문제가 된건 중지와 약지였는데요.


당시 사진이 있지만
공유하기엔 너무 사실적인 사진이라
그림과 엑스레이로 대체하겠습니다.
기계에 말려들어간 듯이
손상부위가 넓고 훼손이 심했는데요.
중지, 약지 모두 피부가 벗겨지고
손톱이 날아가 버린 상황이었어요.
중지는 뼈와 피하조직이 다 드러났고,
약지는 뼈 한 마디가 없어진 상태였습니다.
갑작스럽게 손가락을 잃고도
멀쩡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보통의 경우라면 손가락을 살리길 원하시죠.
상실감이 크셨을 사례의 환자분 또한
단순히 꿰매서 마무리하는 것 보다
손톱까지 온전히,
손가락 모양을 구현하는 수술을 원하셨어요.
단순한 절단이었다면
신경, 혈관을 이어붙일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좀 다릅니다.
피부와 조직이 아예 분리되어 없어졌기에
잘려나간 조직을 다시 붙이기는 어렵고
손가락을 새로 만들어주는 발가락 전이술(toe transfer)이라는
선택지를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발가락 전이술, 발가락 이전술
족지 전이술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수술은
불의의 사고로 손실된 손가락을 대신해서
발가락의 혈관, 신경, 피부 등 모두 옮겨 붙여
손가락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하는 수술이죠.
실패할 가능성과 더불어
굉장한 집중력을 요하는 수술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발가락 전이술을
집도할 수 있는 선생님들의 수가 적은 이유도
혹여나 수술에 실패하여
발가락마저 잃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수술 계획 단계부터 회복 단계까지
오차 없이 잘 진행되어야한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겠죠.
멀쩡한 발가락을 잘라도 문제가 없을까요?
발가락을 가져다가 붙인다고 하면
하나가 비어버릴 발가락은 괜찮은건지
그래도 되는건지, 궁금하시죠.
물론 발가락 하나 하나 각자의 기능이 있으니
모든 발가락이 있을 때와 비교하면 불편이 따르긴 하겠지만,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적응 능력이 좋습니다.
비어버린 자리를 메꾸기 위해
발바닥과 나머지 발바닥에 체중을 분산하여 걷게 되므로
적응만 한다면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또 아무래도 발가락은 손가락 보다
타인에게 보여줄 일이 적죠.
보통은 신발 속에 숨어있으니까요.
그렇기에
득실을 따져보아서
더 나은 선택지를 결정하면 됩니다.

족지 전이술을 시행한 뒤 완전히 회복하면
이런 모양이 됩니다.
양 발의 검지 발가락을 가져와서
우측 중지와 약지 손가락을
만들어 준 상황인데요.
기대했던 모양보다 티가 많이 난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수술 후 초반에는 모양보다는 기능입니다.
자칫 발가락까지 잃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게 무사히 옮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얼마나 티가 안나는지'보다는
옮겨진 발가락이 잘 살아나서
'피를 원활하게 공급받는지'
'손가락 끝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지'
최종적으로 '손가락 기능을 하는지'가
첫 수술 성공 여부의 기준이 됩니다.
발가락 전이술 후 발생한 불편함?
오늘 사례의 환자분은
제가 오스정형외과 개원 전 일하던 병원에서
중지 재건술을 해드렸던 분이었습니다.
그동안 뵙지 못한 사이 약지 수술은 제 후임 선생님께서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해 주셨더군요.
그 이후에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저희 오스정형외과로 내원해주셨어요.
환자 분들께 제가 있는 병원을 알려드린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와주시는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수술은 무사히 잘 끝난 것 같은데
왜 저를 찾아오셨나 여쭤보니,
손가락이 생기긴 했지만
사용하다보니 여러 불편함이 생겨
해결을 위해 찾아오신 상황이더라구요.
발가락 전이술 후 발생한 불편함
1) 발의 불편함

발가락을 떼어다 쓴 뒤 발의 모양입니다.
손가락 두 개를 만들기 위해
양 발의 검지 발가락을 사용했었죠.
발가락의 빈 공간 때문에
엄지 발가락 틀어지는 외반 변형이 생겨
무지외반증처럼 보행 시 불편을 느끼셨을 거예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 모양을 정렬하는 수술을
진행해보겠습니다.
발가락 전이술 후 발생한 불편함
2) 손가락의 불편함


최초 수술에서는 손의 모양보다는
제대로 기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래서 지금에서 보면
손가락 모양이 울퉁불퉁 부자연스럽습니다.
손가락이 저렇게 굽어있다면
비단 미용적인 문제만 있는 건 아니죠.
장갑을 낄 때도 제약이 있고
세밀한 작업을 하기도 어렵구요.
일상생활 속 크고 작은 불편이 있으실테니
손 쓰기 수월하도록
손가락 모양을 재건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발이 편하게 정렬을 맞추고,
손가락 모양을 기능적으로 재건한다'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이미 여러번의 수술을 진행하셨던 분이라
이번 수술로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수술장에 들어가는 마음가짐은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다음 글에서 마저 설명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