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듀피트렌 구축'이라는 병명은 조금 생소하시죠.
이 병의 이름은 두 단어가 합쳐진 건데요.
'듀피트렌'은 이 병을 처음 발견한 의사 이름이고
'구축'은 손가락, 관절 등이 굳어서 수축하면서
제대로 펴지지 않고 구부러진 상태를 뜻해요.

듀피트렌 구축의 발병은
손바닥의 섬유조직이 서로 엉겨 붙고 단단하게 굳어지면서
시간이 갈 록 조직이 두껍고 짧아지며 시작됩니다.
이 병의 특이한 점은
수술 후 잘 안움직여 생긴 구축도 아니고
다친 적도 없는데도 손이 굳는다는 거죠.
손이 점점 오그라들듯이 굽어지고
억지로 펴보려고해도 잘 되지 않아
손가락 사용이 점점 어려워지게 됩니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진 건 아직 없지만
흡연, 음주, 당뇨 등이 영향을 주는걸로 알려져있고,
손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에 발생하기 쉬우며
특정 인종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보통 '구축' 자체는 통증을 유발하지 않지만
아프지 않다고 멀쩡한 건 아니죠.
생활 속 불편함이 생기는 게 문제입니다.
굳어버린 손으로는
바닥을 짚고 일어나기도 어렵고
무언가를 움켜쥐는 것도 쉽지 않죠.
이런 불편함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
수술을 고려해봅니다.

오늘 사례의 주인공은 90세에 가까운
매우 고령의 환자 분이셨어요.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손바닥의 섬유종이 굳어 육안으로도 보이고
그에 따라 손가락까지 굽어졌네요.
양 손 모두 증상이 있긴하지만
좌측 3,5번째 손가락이 비교적 더 심하고
우측 4번째 손가락은 덜 한 편이죠.
듀피트렌 구축은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고
병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증상 초기에 바로 수술하는 걸 추천드리지 않아요.

초기에는 약물치료, 운동물리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를 먼저 해보다가
어느정도 안정기가 되어
더 이상 증상이 진행되지 않는 시점이 오면
그 때 수술을 권하게 되죠.
수술 방법 중에는 절개 없이
하키나이프 같은 기구로 수술하는 방법도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아서 궁극적으로는
병적 근막절개술을 진행하게 됩니다.
수술과정

기구로 억지로 펴려고 해도 쉽지 않고
단단히 굳어버린 힘줄은 팽팽합니다.
수술은 증상이 심한
왼쪽 손만 진행했는데요.
수술방법 자체는 어렵진 않습니다.
피부를 열고 들어가서
그 아래 단단하게 굳어버린 근막을 잘라내는거죠.
하지만 문제는 수술 부위가 '손'이라는 건데요.
손에는 많은 신경과 혈관이 몰려있기 때문에
다른 조직에 손상을 가하지 않도록
수술을 끝마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술과정

피부를 절개하고 들어가보니
굳어진 섬유조직이 보이네요.
구축된 상태라 주변 신경, 혈관, 힘줄 등이
밀착된 상태이므로
신경과 혈관을 박리해둡니다.

미리 확인한 신경 혈관 구조물을 피해
변형된 근막을 조심히 제거해봅니다.
이건 아마 근막과 굳은 섬유질 등이
엉켜버린 조직일거예요.
오랜시간 굳어져 꽤 큼직하죠.

혹을 떼어내니
이제 가려져있던 힘줄도 활차도 보입니다.
힘줄의 움직임을 확보하고
굳어진 관절을 풀어주면
손을 움직이기 더 수월할 겁니다.

이제 절개했던 피부를
다시 봉합해주면 수술이 끝납니다.
절개 모양이 조금 특이하죠?
아래에서 설명드릴게요.
봉합한 모양이 지그재그인 이유
일자로 절개하고 봉합할 때는 여러 개의 Z자 모양으로 봉합
수술 봉합한 모양이
번개 모양인 것 보이시나요?
성형외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지플라스티(Z-plasty)'라는 방식인데요.
절개할 때는 세로로 죽 일자로 절개하고
봉합할 때 여러개의 Z자 모양으로 봉합하는 이유는
1) 흉터의 형태와
2) 기능상의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흉터의 형태 관점에서 볼게요.
수술을 위해서는 세로로 절개해야하지만
손바닥의 주름은 가로 방향으로 되어있죠.
가로 주름이 없는 부분에서는 세로로,
주름이 있는 부분은 가로로,
지그재그로 봉합하면
원래의 움직임 선을 따라 흉터가 생기니
흉이 눈에 덜 띄고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기능상의 이유도 있는데요.
내부 구조물이 구축되었다는 건
구축된 조직을 덮은 피부 역시
수축되어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수축된 피부를 길게 늘리려면
세로로 더 많은 피부가 필요해지죠.
여러개의 Z 자 모양으로 봉합하면
폭은 좁게, 길이는 길게 봉합할 수 있지요.
단순히 흉터를 작게 만드는 게 아니라
피부의 움직임과 기능을 고려한 봉합 방법입니다.

수술 후 회복과정을 거치면
이렇게 손가락을 잘 펼 수 있게 됩니다.
움직이기도 훨씬 수월하겠죠.
수술 후 만족도가 높으셨는지
거의 회복이 된 시점에 반대쪽 손도
수술하길 원하셨어요.
수술 방법은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육안으로 봐도
4번째 손가락에
증상이 제일 심해보이죠.
이 부분만 수술하면 되겠습니다.

피부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역시 굳은 섬유질과 근막 등이
엉켜버린 조직이 보입니다.
내부 구조물이 다 가려져버렸죠.

이 혹을 조심히 떼어내면
그제서야 안의 구조물들이 보입니다.
또 신경과 혈관을 박리해서
오랜시간 굳어진 연부조직을 풀어줄게요.

이정도 크기의 혹이
손바닥에 붙어있으니
움직임의 제한이 생긴 게 당연하죠.
혹시 모르니 떼어낸 조직은
조직검사를 해보기로 합니다.
수술 후 회복
수술 후에는
보통 1주 정도 입원을 권합니다.
상처 관리도 하고 실밥도 제거하기 위함이죠.
봉합하는 과정에서 피부가 늘어나있으니
피부가 얇아지기도하고 약해지기도 해
회복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또 다시 구부러지는 걸 막기 위해
손을 다 편 상태로 깁스나 스프린트,
보호대 등으로 고정해둡니다.
고정해두는 기간은
짧게는 한달, 길게는 3개월 정도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양손을 모두 수술한 뒤에는
이렇게 손을 잘 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흉터도 잘 보이지 않죠.
수술 한 번으로 이 상태가
평생 유지되면 좋겠지만
몸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어
꾸준히 관리를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 후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마사지,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면서
다시 굳지 않도록 관리해주면
손의 모양도 기능도
자연스럽게 사용하실 수 있을겁니다.
'듀피트렌 구축'은 이름이 생소하지만
명확한 병명을 몰랐을 뿐
손가락이 굳고 펴지지 않는 증상으로
내원하시는 환자 분들은 꽤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60대 이상 남성 분이 많은데
저는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말씀드려요.
보통은 80대까지도 점차 진행이 되기 때문이죠.
선생님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완숙기'에 수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발병 초기에는 병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될 지 알 수 없거든요.
3번째 손가락에 증상이 시작되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5번째 손가락까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혹은 어느 시점에 멈출 수도 있죠.
만약 초기에 서둘러 수술을 해버리면
추후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수술을 최대한 미루는 게 낫지 않나,하는 의견입니다.
사실 정답이 정해져 있는건 아니기에
초기라 하더라도 생활이 너무 불편해서
환자 분이 수술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수술을 고려해볼 수도 있겠죠.
중요한 건 환자 분의 상황, 증상 정도 및
병의 진행상태를 고려해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인데
그러기위해서는 병원을 선택하실 때
'수술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해주는지',
'수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설명해주는지'와 같은
기준을 세워두시는 게 좋아요.
저 또한 앞으로도 환자 분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드릴 수 있도록
계속해서 공부하고
환자 분들 입장에서 고민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