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몸은 기계와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평균 수명이 100년인 기계라고 생각하고
살살 아껴서 쓰면서 관리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기계도 오랜 기간 사용하다보면
고무 패킹 등의 부품이 닳기 마련이고
삐그덕 삐그덕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다가
전체적인 균형이 틀어지겠죠.
결국엔 기계가 고장날테고요.
고장내지 않고 사용하기 위해서
약간의 이상이 있을 때부터 쉬엄쉬엄 사용하거나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청소도 해줄 수 있겠죠.
만약 이걸로 해결이 안된다면
기름칠을 좀 해서 부드럽게 만들거나
최후에는 기계를 분해해서 수리해볼 수 있구요.

우리의 몸도 똑같습니다.
처음에는 좀 쉬면서 아껴써보고
약을 먹거나 물리치료를 해봅니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조금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겠고요.
관절의 윤활작용을 돕는
다양한 종류의 연골주사를 활용하여
기름칠을 해보고 이렇게 해도 차도가 없다면
결국에는 수술이라는 선택지가 있겠죠.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이렇습니다.
처음부터 무리하지않고
몸의 신호를 잘 알아차려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 게 베스트입니다.
오늘의 환자 분은
나이가 그렇게 많지도 않으신데
오래 전부터 우측 무릎이 아프다고 찾아오셨어요.
진찰 결과 관절염 때문에
다리가 점점 휘어 오(O)자다리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오다리인지 확인 하는 방법은
엑스레이 사진 상
다리의 정렬을 살펴보면 됩니다.
정렬이 바르게 맞춰져있다면
고관절의 중심과 발목의 중심을 일자로 쭉 이었을 때
무릎 관절의 중심을 지나게 됩니다.
파란색 선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하지만 오늘 환자 분의 파란 색 선을 보면
무릎 중심이 바깥으로 벗어나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체중이 무릎의 중앙이 아닌 안쪽으로 집중되면서
그 부위에 과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무릎 관절에 염증반응이 생기거나
주변 조직이 손상될 위험이 커지죠.
장기적으로는 관절에 가해진 스트레스로 인해
뼈까지 손상될 수도 있구요.
관절염이랑 오(O)다리랑 무슨 연관이 있나요?
관절염과 오(O)자다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오다리는 무릎 안쪽에 체중이 집중되면서
구조물이 점차 손상됩니다.
이 과정에서 재생을 위해 염증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관절염이 발생하게 되구요.
반대로, 기존에 관절염이 있는 경우에도
주변조직이 망가지는 과정에서
다리가 휘어지거나 변형될 수 있습니다.
즉, 관절염이 생긴 후 그로 인해
다리 모양이 변형되는 일도
흔히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이번 환자 분의 무릎 연골을
관절경으로 한 번 확인해볼까요.
체중이 실리지 않은 바깥쪽 연골은
손상되지 않고 깨끗한 반면
안쪽 연골은 조직이 너풀너풀하게
닳아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인 즉, 휘어진 다리로 인해
체중이 실리는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거죠.
수술 계획
쭉 정리해보니 해결방법이 바로 보입니다.
이 환자 분은 50대이신데
만약 더 나이가 많으시거나
무릎 안팍의 연골이 모두 닳은 상태라면
인공관절을 권해드렸을거예요.
하지만 안쪽만 손상된 지금 상황에서
인공관절을 끼우기는 너무 아까우니
체중이 실리는 위치만 바꿔주어도
충분할 것 같다는 판단이었죠.
다리 정렬을 맞춰서 몸의 축을 올바로 세우고
무릎 안쪽에 몰리는 체중을 분산시키면
환자 분의 통증이 나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말하면 오다리를 교정해서
곧은 다리로 만드는 수술로 증상이 개선될 것 같아요.
그럼 정렬을 바로 맞추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요.
근위경골절골술

이런 경우에는
근위경골절골술을 활용해볼 수 있겠습니다.
근위경골절골술을
큰 그림에서 설명을 드려볼게요.
우선 근위경골은 종아리뼈 중 큰 뼈입니다.
휘어져있는 이 뼈의 각도를 조절해서
무릎의 부담을 줄여주어 관절염의 진행을 늦추는거죠.
엑스레이 상으로는 양쪽 다 휘어있으나
통증은 한쪽에만 있으셔서
한 쪽 다리만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병원에 내원하는 목적은
'예쁜 다리 모양'이 아닌
'통증의 해소'라고 보기 때문에
굳이나 통증이 없는 다리까지
손 댈 필요는 없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수술과정

첫번째로 수술 부위를 열고 들어가서
근위경골을 잘라냅니다.
각도를 조절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끝부분 1cm는 정도는
남겨두고 자르는 걸 목표로 해요.

이제 교정이 필요한 각도로
틈을 벌려줍니다.
필요한 각도에 따라 벌리다보면
끝 부분까지 부러질 수도 있으나
그것도 해결할 방법은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원하는 각도가 나온 후에는
벌어진 틈 사이에 뼈 역할을 할
인공뼈 성분으로 끼워넣습니다.
예전에는 골반뼈를 잘라다가 썼지만
요새는 좋은 수술재료들이 많이 나와있어
수술이 비교적 수월하죠.

이 빈공간에 무엇을 채울지 그냥 둘지는
선택사항이기는 합니다.
그냥 두어도 자연적으로
뼈를 붙게하는 골진이 나오니
사이 간격 8~9mm까지는
그냥 빈 공간으로 두어도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안정감 및 골유합 촉진을 위해
인공뼈 성분을 넣기로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그 각도가 잘 유지되도록
플레이트를 대고 스크류로 잘 잠궈줍니다.
관절경을 이용하여
손상된 내측 연골도 깨끗히 청소해주고
절개했던 피부를 봉합하는 걸로
수술이 마무리됩니다.

수술 전과 후를 비교해보면 이렇습니다.
처음에 보여드렸던 사진과 다르게
다리의 정렬이 안정적이게 보이죠.
원래는 무릎의 중앙이
일직선 상에 있는게 정석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이미
안쪽 연골이 많이 손상되어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바깥쪽 연골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기 위해
각도를 조금 더 조정하였습니다.
수술 후 회복

1주일 정도는 통증이 심할 수 있어요.
너무 아프지 않은 한도 안에서
조심조심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보행 보조기에 도움을 받고
통증이 점차 나아짐에 따라 목발-지팡이 등으로 바꿔갑니다.
수술 후 6주 정도가 지나면
어느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질 거예요.
이제 무릎 안쪽 연골은 좀 쉴 수 있을거고
대신 바깥쪽 연골이 일을 할텐데
추후 5~10년 후 바깥쪽 연골까지 망가지면
그 때에는 통째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고정해둔 스크류의 제거는 선택사항이고
만약 제거를 원한다면
수술 후 1년 정도 쯤 계획하게 됩니다.
요즘 병원에 있으면서
제가 다시금 깨닫게 되는 건
진정한 선생님은 교과서가 아니라
우리 환자 분들이라는 사실입니다.
각기 다른 불편을 안고 계신 환자 분들이
저를 찾아와주실 때
저는 비로소 더 깊이 공부하고
여기저기 찾아보며 해결책을 찾지만
만약 환자 분들이 저를 찾지 않으시면
이런 공부도 불필요해지고
더 나아가
배우려는 의지도 점차 사라지겠죠.
환자 분들은 저를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자
좀 더 나은 의사가 될 수 있게 이끌어주시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항상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365일 진료실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