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수부세부전문의이고
손, 발 전문 병원이라고 소문이 나서
손과 발 수술을 주로 하긴하지만
다른 부위 수술 경험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의 환자 분도 타 지역에서
고관절 통증 때문에 저를 찾아와주셨는데요.

우선 처음 내원하셨던건 2년 전이었어요.
중년의 나이라면 허리 통증은 너무 흔하죠.
이 환자 분도 우측 허리에 퇴행 및 디스크 증상이 심해
물리치료, 약물치료, 도수치료를 받으며
스스로 나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2년 후 다시 찾아오셨을 땐
허리 문제 보다는 고관절 문제가 심해져
걷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셨어요.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허리디스크 및 변형이 심해졌고
고관절이 많이 주저 앉은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뼈가 녹아버리고,
녹아내린 곳에서 관절염이 생기고,
관절까지 망가져버리는 과정이
차례차례 진행되어버린거죠.
이정도로 망가진 상태라면
정말 일상생활도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있으셨을거예요.
엑스레이 상으로도 손상을 확인할 수 있고
일상을 살아내는 게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있으니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확실해보입니다.
고관절에도 인공관절을 할 수 있나요?

인공관절하면 '무릎'이 바로 떠오르시죠.
고관절 인공관절도 무릎 못지않게
보편적으로 수술되는 부위 중 하나인데요.
우선 인공관절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하자면
연골이 닳아버린 관절을 대신할 금속 관절을
실제 관절의 자리에 끼워넣는 수술입니다.
요즈음에는 어깨, 팔꿈치, 심지어 손가락에도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분들이 선택하게 된 수술이지만
수술 전 꼭 고려해야하는 건
'수명이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기에
인공관절 수술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지만,
고관절 인공관절은 좀 다릅니다.
다른 부위 인공관절 보다는 수명도 길고
안정적으로 오래 쓰이기에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게도 사용되거든요.
다른 부위 인공관절의 수명은
보통 10-20년정도라고 보지만
고관절 인공관절은 20-30년 이상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해도 최후의 수단인 것은 확실해서
만약 나이가 젊고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인공관절 수술 대신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최대한 활용해보는게 좋습니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경우
우선 수술 결정 여부는
환자의 결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삶의 질이 떨어질 정도로
통증이 있다는 것을 전재로 하죠.
고관절 부위 인공관절 수술을 하게 되는 주된 이유는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① 많이 사용해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일 때
② 골절 등 외상 후 외상성 관절염일 때
③ 혈액순환이 안되어 뼈가 푸석해지는
대퇴골두 무혈성괴사가 진행되었을 때 입니다.
이 중 대퇴골두 무혈성괴사는
젊은 분들의 사례도 자주 보여요.
대퇴골두 괴사의 원인은 수 없이 많지만
보편적으로 과도한 음주,
다량의 스테로이드로 인해 발생합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나 경구약은
통증 감소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나
과도하게 사용하면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뼈와 같은 조직을 괴사시키기도 하며
이로 인해 2차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스테로이드 사용에 신중을 기하는 편입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원하시는 환자분들께는
부작용과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드려서,
잘 이해하신 후에 결정하실 수 있도록 하죠.
고관절 인공관절의 종류, 반치환술? 전치환술?

고관절 인공관절은
반치환술, 전치환술로 나뉩니다.
풀어서 읽어보면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예요.
전치환술은 이름대로 전부 바꾸는 건데요.
다리뼈와 연결되는 '골두',
골반뼈의 오목한 부분인 '비구'
모두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것이고
반치환술은 '골두'만
금속으로된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것입니다.
저는 수술 방법을 결정할 때
환자의 나이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데,
특히 대퇴 경부의 전이된 골절을 가진
70세 이상의 환자분들께는
골두만 교체하는 반치환술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예요.
1) 수술 시간 자체가 비교적 짧으니
그 과정에서 출혈도 적고 수술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2) 평균 수명을 고려할 때
비구 연골의 마모로 인한 재수술 확률이 낮기 때문이죠.
비구 연골이 마모될 수 있다는 건
반치환술의 단점인데요.
반치환술에서 골두만 인공관절로 교체한 후,
금속 골두와 기존의 비구가 마찰되면서
멀쩡하던 비구 연골이 닳아버릴 수도 있다는거죠.
그러나 고령의 환자는 평균 수명을 고려했을 때,
사는 동안 비구 연골이 모두 닳아버릴 확률은 적기에
추후 비구 인공관절까지 하지 않고
평생 사용할 가능성이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환자 분은
이미 두 연골 모두 망가져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전체 대퇴관절을 교체하는 전치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과정 - ① 절개 위치 선정 (전방 접근법, 후방 접근법)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접근 방법은
절개 위치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각자 장단점이 있죠.

수술에서 절개 방법(앞, 뒤, 옆)을 선택할 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후방 접근법을 선호합니다.
뒤쪽에서 절개하면 구조물들을 구분하기 쉽고,
시야 확보가 용이해 수술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앞쪽으로 절개하는
전방접근법을 선호합니다.
앞쪽으로 절개해서 들어가면
아무래도 구조물들이 잘 보이지 않고
수술과정이 까다로워지긴하지만
그럼에도 이 방법을 선택하는 이유는
탈구 확률이 낮아져서 그렇습니다.
고관절 인공관절을 잘 끼워두더라도
생활 중에 고관절을 사용할 때
인공관절이 어긋나거나 빠져버리면
아주 큰일이거든요.
전방 접근법은 탈구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저는 이 방법을 선호합니다.

절개 위치와 탈구가
직접적으로 무슨 연관이 있냐, 하면
후방 접근법을 사용할 경우,
절개 과정에서 뒤쪽의 구조물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후방 구조물들은
뼈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절개로 인해 구조물들이 손상되면
이 구조물들이 다시 회복하는 동안
뼈를 잡아주는 역할에 소홀할 수 밖에 없으니
끼워놓은 골두가 빠져버리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겁니다.
실제로 고관절 탈구는
대개 뒤쪽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전방 접근법을 사용하면
절개가 앞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후방 구조물들이 그대로 유지되겠죠.
따라서, 후방 구조물들이 뼈를 잘 잡아주기 때문에
탈구의 확률이 낮아집니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방법 - ② 인공관절 삽입
고관절 인공관절의 수술과정은 이렇습니다.
1) 절개와 골두 제거
피부를 절개하고 들어가서
손상된 대퇴골의 골두를 잘라내고
괴사된 부분을 잘 다듬어줍니다.
2) 비구 연골 다듬기와 소켓 삽입
손상된 비구관절의 연골을 다듬어서
인공비구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모양을 잡아 갈아낸 뒤 금속의 반원 모양 소켓을 끼웁니다.
3) 대퇴골 준비와 인공관절 삽입
대퇴골 안쪽에 구멍을 내어
단단한 겉부분 뼈는 그대로 두고,
뼈 가운데 구멍이 숭숭 뚫린 부분을 갈아내고 확장하여
적절한 사이즈의 인공관절을 삽입해둡니다.
4) 인공관절 고정
인공 비구와 인공 대퇴골이 모두 삽입되었으니
이제 이 둘을 끼워 맞출 차례입니다.
탈구되지 않을 최적의 각도를 찾아
인공 비구에 인공 골두를 끼워 위치시켜줍니다.
말로 설명하면 한 줄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지만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각도'예요.
미세한 각도 차이로도 움직일 때 불편함이 생기거나,
탈구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인공관절의 수명이 단축될 수도 있죠.
5) 구조물 복원 및 마무리
마지막으로 절개했던 인대, 관절막, 근육 등을
최대한 원래 상태로 복원하고
꼼꼼하게 봉합하여 수술을 마무리합니다.
수술 후 회복의 시간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수술장에서 나와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염증이 안생기도록 하는것,
탈구되지 않도록 하는 것, 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복의 시간이 중요하죠.
뼈를 잘라냈으니 며칠 간은
어찌할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됩니다.
무통주사 등 통증을 줄여주는 처방을 하고
아프지 않은 범위 내에서
운동 재활치료를 시작합니다.
걷기 시작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아프지만 않다면 수술 다음날 부터
조심히 걸어도 됩니다.
처음에는 보행을 도와주는
보조기를 사용해서 걷는 연습을 하고
점차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살살 걸으면서
수술 이전과 같이 걸을 수 있도록 연습해봅니다.
퇴원 후 외래 진료
수술 후 2주간 입원하셨고
실밥까지 뽑고 퇴원시켜드리면서
'경과를 확인을 위해 2주 뒤에
외래 진료 보러오시라' 안내를 드렸는데요.
어쩐일인지 한 달이 지나도
찾아오지를 않으셨어요.
저는 걱정이 시작됐죠.
혹시나 탈구가 된건 아닌지, 염증이 생겼을지,
문제가 생겨서 다른 병원에 가신 건 아닌지.
속을 태우던 찰나,
두 달이 다 되어 갈 때 쯤 내원해주셨어요.
왜 안오셨느냐 여쭈어보니
아프지 않아서 안오셨다고하시기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수술 후 환자가 퇴원할 때,
다음 예약을 잡는 것이
단순히 의례적인 절차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환자의 회복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에요.
병원 밖에서도
잘 회복되고있는지,
수술 후 불편한 점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죠.
이 환자 분은 타지에 거주하셔서
가까운 병원에서 꾸준히 물리치료 받으시라 말씀드리고
추후 불편함이 생기시면
언제라도 내원해주시기로하고
이번 치료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하는 의사 입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은 수술입니다.
쉬운 수술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난이도 차이가 있다면 말이죠.
각도가 조금만 잘못되어도
평생을 고생할 수도 있고,
혹여나 수술 후 염증이 생기면
수술했던 인공관절을 다 빼내고
항생제 덩어리를 넣어두었다가
3~6개월 간의 회복 기간을 거친 뒤에야
그때 뼈 이식부터 시작해
인공관절 수술 과정을 다시 반복하게 됩니다.
젊으신 분들도 힘든 과정인데
퇴행성 관절염이 오실만큼 고령의 환자 분이라면
패혈증과 같은 합병증으로 인해
정말 생명이 오고갈 수도 있는 문제거든요.
그래서 수술 전 공부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많이 하시는 수술법이 있는지,
그 사이 더 발전된 기구는 없는지,
새로운 자료를 업데이트하며
실수 없는 결과를 내야하기 때문이죠.
치료를 믿고 맡겨주시는만큼
그에 부응해야한다는 책임감은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에,
믿고 맡겨주시는 감사함에,
여기까지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는 환자 분들 노력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환자 분들이 치료 주체가 되셔야해요.
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해결방법을 알고계셔야
치료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목이 아프더라도 환자 분들께
많은 정보를 제공해드리려고 합니다.
짧은 시간 내에 설명을 많이 하려다보니
말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설명이 길어지니 진료 시간도 길어지고
대기하는 환자 분들이 지치신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다 환자 분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이니
넓은 마음으로 많이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