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오스정형외과는
주말과 공휴일 모두 365일 열려있습니다.
매일 같은 진료실로 출근하지만
신기하게 평일과 휴일 환자 양상이 좀 다른데요.
평일에는 만성 통증 환자 분들이,
휴일에는 다쳐서 오신 분들이 많은 편이에요.
특히 주말에는 운동 후 급하게 온 것 같은
운동복 차림의 환자 분들이 많죠.
다양한 통증을 호소하시지만
그 중에서도 빈도가 잦은 사례는
"공 차다가, 테니스를 치다가
종아리에서 '뚝'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달리다가 갑자기 무언가 끊어지는 느낌이 났어요."
상황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
혹은 뜨끔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

이런 증상만으로도
근육 혹은 힘줄이 끊어진 걸 예상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대다수(70~80%)의 분들은
근육 파열 진단을 받을겁니다.
근육은 크기도 큼지막하고
맡은 역할도 많으니
힘줄이 파열된 것 보다
근육 파열이 더 큰 일인 것 같아
덜컥 겁이 나시겠지만
사실 근육 파열은
한 달 정도 물리치료와 약물을 병행하며
무리하지 않고 쉬면 대부분 회복 됩니다.
하지만 아킬레스건이 파열된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힘줄 다발 중 일부만 파열되었다면
몸이 가진 회복능력에 맡겨두고
스스로 나아지도록 지켜볼 수 있으나,
완전히 파열된거라면
수술을 최우선 선택지로 고려하게 됩니다.

아킬레스건은 다들 아시다시피
장딴지 뒤에 붙어있는 질긴 힘줄입니다.
발목 뒤쪽에 일자로 길게 튀어나와있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죠.
아킬레스건과 같은 힘줄은
고무줄과 비슷한 성질이라고 보시면 돼요.
처음에는 짱짱하고 질긴 고무줄도
이리저리 사용하는 동안에
어느샌가 느슨해지고
결국에는 끊어지기도 합니다.
힘줄도 같은 원리 인거죠.
만약 30~40년 이상 사용했다면,
혹은 젊더라도 많은 운동을 했다면
신축성과 재생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늘어진 고무줄과 같은 상태에서
격한 운동을 하는 등
갑작스럽게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
아킬레스건이 끊어지거나
근육이 파열된다고 해도
영 이상할 일은 아닐겁니다.
아킬레스건 손상이 의심될 땐
영상 검사 하기 전 '촉진'을 해봅니다.
구조물들이 제자리에 잘 있는지
손으로 만지며 판단하는거죠.
그림과 같이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건은 이어져있기에
아킬레스건 완전파열이 아닐경우에는
종아리 부위를 꾹 누르면
발 뒤꿈치가 움직이게 됩니다.
만약 발 뒤꿈치가 움직이지 않고
발목 아킬레스 부위가 쑥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면
아킬레스 건이 끊어졌다고 봅니다.
정말인지 초음파로 자세히 확인해볼까요.

온통 흑백으로 이루어진 초음파 사진에서
어떻게 조직을 구분하고
증상을 해석하는걸까요.
초음파 검사는 초음파 신호를 몸에 보내서
되돌아오는 신호를 확인하는 원리인데요.
음파가 반사되어 하얗게 보이는 부위는
뼈 혹은 밀도 높은 연부 조직(힘줄 등)일테고
어둡게 보이는 부분은 빈 공간이거나
손상되어 밀도가 낮아진 공간이겠죠.
이런 사전 지식을 가지고 사진을 다시 보면
무언가 감이 오실거예요.
힘줄처럼 밀도 높은 구조물은 하얗게 보여야하는데
중간에 어두운 부분이 관찰된다는 건
아킬레스 건의 연속성이 끊어졌다는 의미겠죠.
초음파로 아킬레스 건 파열을 확인했으니
이제 수술 계획을 잡아봅니다.
파열 후 당장 수술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부종이 빠진 뒤에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수술과정
아킬레스건은 발 뒤꿈치라인에 있지만
이 부분을 절개할 경우
신발을 신는 등 일상생활 시
걸리적거릴 수가 있으니,
그것까지 고려해서
조금 안쪽으로 절개하여 들어가봅니다.

피부와 근막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엉킨 머리카락처럼
너풀너풀하게 끊어진 아킬레스건이 보이죠.
이번 수술의 기본적인 원리는
이걸 잘 모아서 다시 이어주는 겁니다.
이땐 '적당함'이 중요한데요.
끊어진 아킬레스건을
길게 이어붙이면 너무 느슨할테니
기존 늘어난 상태와 별 다를 게 없을거고,
그렇다고 너무 당겨서 타이트하게 붙이면
유연하게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생기겠죠.
이때 '적당함'의 기준이 되는 건
반대쪽 발의 각도입니다.
양 발의 균형이 잘 맞는지에 신경쓰며
텐션감을 조절해야합니다.

아킬레스건 봉합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보통은 꼬매는 방식에 따라 구분해요.
저는 이번에 케슬러(Kessler), 크락코우(Krackow)
두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너풀거리는 아킬레스 건을
단단히 묶어두었습니다.

아킬레스 건 봉합수술을 할 때는
끊어진 아킬레스 건 뿐 아니라
그 옆에 위치한 '플란테리스'라는
힘줄도 같이 묶어주는데요.
플란테리스는 장딴지 빗근에서부터 이어지는
얇고 긴 생김새의 힘줄입니다.
단독으로 큰 역할을 하진 않아서
아킬레스건을 둘둘 감싸거나
쫙 펼쳐서 막처럼 씌우는 식으로 활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건의 길이 및 장력 보강을 위해
아킬레스 건 옆에 추가 봉합을 해줍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사진 상 집게로 집혀있는
파라테논(Paratenon) 이라는 구조물입니다.
아마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많으실거에요.
아킬레스 건을 감싸고 있는 '막'인데
힘줄을 보호하고 영양 공급을 도우며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콧물 같은 미끄덩한 재질이라
다루기가 쉽지 않죠.
수술 시작부터 다시 꼬맬 걸 염두에 둔 채
봉합하기 좋은 위치, 방향을 고려하여
계획적으로 절개 해야해서
초심자 선생님들이 애를 많이 먹는 요소 중 하나일겁니다.

흐늘흐늘한 파라테논을 잘 수습해서
원형에 가깝게 도로 싹 감싸두면 이런 모양이 됩니다.
그리고 나서 근육과 힘줄을 감싸는 근막을 꼬매주고
피부를 봉합하면 수술은 마무리됩니다.
이제 회복의 시간을 가지면
파라테논이 영양공급을 도와
어렵지 않게 잘 아물게 될 겁니다.
회복의 시간
수술이 끝난 뒤 일주일 정도는
상처관리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술 부위가 덧나지 않게 소독하면서
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지 확인하죠.
이 때에는 반깁스로 고정해둡니다.
수술 후 2주 차에는
마사지와 약간의 스트레칭을 진행합니다.
일주일 단위로 조금씩
수동적 운동 각도를 늘려가고
4~6주 후부터 능동적인 운동 및 보행연습을 하고
두 달 뒤 부터는 보행이 웬만큼 가능하도록 합니다.
수술 후 세 달 뒤에는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세웁니다.
운동을 하다가 다치신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건 아마
언제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느냐, 일텐데요.
기존처럼 활동적인 운동을 하려면
근력과 유연성을 키운 뒤,
대략 6개월 이후라고 예상하시면 됩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당장 수술할 건 아니고 우선 좀 아껴써봅시다.' 일겁니다.
시간 내서 병원에 방문한 김에
인대 강화주사라도 맞고 싶은데
약먹고 물리치료 받고 쉬라고 하니까
답답하신 환자분들도 계시다는 걸
저도 잘 알고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런 처방을 내리는 까닭은,
내 몸에 통증이 생겼다는 건
그 부위에 부담이 계속해서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증상이 나타났다고 보기 때문이죠.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
매번 이정도는 들던 무게였는데,
억울한 마음이 드실 수도 있지만
물이 100℃에 다달아야 끓듯이
몸이 받는 부담이
어느순간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이해하시면 돼요.
그렇기에 우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스스로 나아질 기회를 주고서
그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때에는 주사치료나 수술을
고려해봐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