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는 조심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이 순식간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된 상황에서
환자가 할 수 있는 수술 선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요.
① 절단된 채로 봉합하여 마무리
② 절단된 부위를 재접합하기
③ 발가락 등으로 손가락 새로 만들기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환자 분들은
원래의 내 손가락을,
원래 있던 그 자리 그대로
복구하시길 원하세요.
절단 부위를 잘 챙겨오셨고,
골든 타임내에 도착했다면
'재접합 수술'은 해볼만한 선택지입니다.
[손가락 절단 후 재접합의 기본 과정]
이전 글에서 설명드렸던 재접합은
절단 부위가 깔끔하여 성공적으로 수술이 진행되었죠.
하지만 보통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기계에 말려들어가거나 찝히면
이리저리 눌리고 찢기기에
손상된 조각을 모두 챙기기도 어려우며
없던 일처럼 완전한 복원은 어렵죠.
오늘의 환자 분은
손상 정도가 심하여
여러차례 수술이 진행된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례

실제 사진은 무서울 수 있어
엑스레이 사진으로 대체해봅니다.
사진 상 윗부분에 있는 조각들이 잘린 손가락이에요.
이 환자 분은 중지부터 소지까지
프레스기계에 눌려 손상된,
'압궤 손상 절단' 상태로 내원하셨어요.
중지, 약지는 아예 절단되었고
마지막 새끼손가락은
골절인 상황이었죠.
절단 부위를 잘 챙겨오시긴 했지만
많은 피부가 뭉그러지고 으깨졌기때문에
접합 수술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경험이 쌓이다보면
앞으로의 치료과정이 눈에 그려지기도 하죠.
긴 과정이 될 것 같다는 상황 설명을 드리고
우선 최초 접합을 시도했습니다.
손가락 절단 후 재접합 수술과정

최초 접합 과정은
이전 글에서 설명드렸던 것 처럼
피와 다른 이물질이 묻어있는
조직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힘줄, 혈관 등의 내부 구조물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끔 분리합니다.
그 후에는 뼈, 힘줄, 혈관, 신경을
차례대로 연결하죠.

혈관이 잘 연결되었다면
피 공급이 원활해지고,
그 피로 인해 피부와 조직들이 살아날겁니다.
위의 사진은 그냥 보기에는 온통 까매서
괴사해버린 죽은 살 같아 보이지만,
피딱지들을 제거해보면
전반 적으로는 무사히 회복 중인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은
주변 다른 살과는 다르게
회복되지 않고 괴사되었는데요.
회복되는 2~3주 간 지켜보면서
다음 과정을 빠르게 판단해야하는데,
이때 방향성을 잡는게 몹시 중요해요.
심하게 으깨진 부위라면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살아나긴 어려울테니
다음 치료를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이대로 포기할지 다른 대안을 시도해볼지
선택해야합니다.
만약 살이 스스로 차오르지 않을 것 같다면
'피부이식'이나 '피판술'이라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유리피판술 수술과정
피부이식은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피판술은 뭔가 싶으시죠.
피부이식은 단순히 피부만 가지고 오지만
피판술은 그 아래에 있는 혈관까지,
필요하다면 신경까지도 가져올 수 있기에
매우 복잡한 미세 수술로 분류됩니다.
없어진 피부를 정상두께로 회복하고
감각까지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이지만
그만큼의 성과가 있다고 할까요.

이번 사례에서는
발가락 살을 가지고오기로 합니다.
손바닥과 가장 유사한 성질을 가지면서
조직이 조금 없어지더라도
외관 상으로 크게 티가 나지 않기에
공여부로서 적합한 부위죠.
피판술의 수술 방법은
처음 손가락을 연결했을 때와 유사합니다.
우선 발가락에서 가져올 피부 위에
알맞은 크기로 디자인 하고
거기에 연결된 혈관, 신경을
조심히 분리해서 가져옵니다.
이 과정에서 생긴 빈 공간은
피부를 당겨서 꼬매주면
시간이 지난 후에는
별로 티가 나지 않을겁니다.

손가락으로 돌아와서는 역순으로
혈관, 신경 순서대로 먼저 이어주는데,
혈관은 0.5~1mm 내외라서
그냥 눈으로 보면서 수술할 순 없어요.
미세현미경을 사용해야합니다.
이 작은 혈관을
평균 6~8바늘 정도 꿰메야하다보니
의료진의 역량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크겠죠.
혈관과 신경이 무사히 연결되면
마지막으로 피부를 꿰메주고 마무리합니다.

두 번의 큰 수술을 마치고 나면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상태가 됩니다.
이 과정을 쭉 따라오신 분들이 보기엔
기대에 못미치는 모양일 수 있지만,
기능적으로 생각한다면
손가락 끝마디가 없는 것과는
일상생활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손가락 끝에 무언가 닿는 감각을 느끼기에도,
떨어진 물건을 줍기 위해 섬세하게 움직이기에도
훨씬 수월한 삶일테니까요.
여러번 말씀드리긴 했지만,
수지 재접합술의 제 1 목적은
예쁜 손가락 모양보다는
손가락이 원래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죠.
하지만 수술 후 외관모양이 조금은 아쉽고
살아가면서 계속 신경쓰일 것 같다면
충분히 회복된 이후 성형술을 이용해
모양을 다듬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수부 전문의로서
가장 고난도의 수술을 꼽으라고하면
재접합 / 피판술 등의 미세 수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수술자체의 어려움도 있지만
심적인 부담감도 엄청나거든요.
처음에는 '손가락을 붙일 수만 있다면'
생각하셨던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적 면과
외관적 모양에 아쉬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사히 접합한다고 해도
기대에 못미치는 생김에 실망하는 환자도 있고,
노력하였으나 결국 괴사되어 절단하는 상황에서는
원망섞인 눈빛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분만큼이나 저도 많이 아쉽고 속상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가진 이 기술로
환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나은 삶을
살게 해드릴 수 있다면.
핑크빛 혈색이 돌 때까지
함께 맘졸이며 기다리고
회복이 잘 되고 있는건지
기대하며 물어오시는 환자분들을 생각하면
저 스스로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이 수술을
앞으로도 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