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혹은 진단을 받고 오시는 환자분들은
엑스레이 사진이나 MRI 자료를 잘 챙겨오십니다.
검사란 검사는 다 하고 온 것 같은데
챙길 건 다 잘 챙겨온 것 같은데
다시 검사해야한다는 얘기 들어보신 경험,
다들 있으시죠.
대체 의사는 왜 그러는 것인가,
오늘은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겨울에는 손목이나 발목 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을 위해 찾아오시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오늘의 환자분 역시
타병원에서 발목 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을 위해 찾아오신 환자분이었어요.
가져오신 엑스레이를 보니

말씀대로 발목 골절이죠.
그렇다면 이대로 수술 계획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이 분은 엑스레이를 또 찍었습니다. 왜일까요.
이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골절이 전부가 아니죠.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
비골이 원래의 위치보다 살짝 떠 있는게 보입니다.
이러면 종아리 골절을 의심하죠.
큰 힘으로 넘어지거나 뒤틀리면,
발목을 골절시키고도 남은 힘이 위로 전달되어
종아리 위쪽도 골절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찍어봤는데 괜찮아서 사진을 안 보낸걸까, 라고
속편하게 생각할 수는 없죠.
무릎까지 길게 살핀다
엑스레이를 다시 찍어봅니다.

종아리 뼈 골절이 보이죠.
아마 발목이 먼저 부러지고
이어서 종아리 뼈도 부러졌을 겁니다.
충격이 전달되는 순서가 그러했을 테니까요.

양 끝 골절부를 관통하는 힘이 저렇게 지나간다면,
그 과정에 있는 구조물들 역시 타격을 받았겠죠.
이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인대의 손상을 확인한다
초음파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

비골과 경골이 연결되는 하퇴골간막의 손상이 보입니다.
두 뼈를 탄탄하게 잡아주는 막이 손상되었다는 것이죠.
이제 어디어디를 손봐야할지,
어떻게 접근해야할 지 정리가 좀 되죠.
골절된 뼈의 정렬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두 뼈를 잇는 조직이 느슨해졌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골절된 뼈를 고정한다

발목부터 고정합니다.
원래 있어야하는 위치에 뼈를 잘 맞추고
핀으로 먼저 고정한 뒤
금속판과 스크류를 사용해서
제자리에 단단하게 고정을 해둡니다.

종아리뼈도 마찬가지로,
뼈가 원래 있어야하는 위치를 잘 맞추고
핀으로 고정합니다.
얇고 중요도가 높지 않은 뼈라
단독 골절되면 그냥 두기도 합니다만
이 환자는 발목 골절 수술을 해야하니
하는김에 비골도 잘 정돈해주면 좋겠죠.
발목에서 비골 내부의 골수를 따라
쭉 위쪽으로 금속정을 삽입하고
부러진 부위를 잘 고정합니다.
가느다란 철사에 부러진 부분을 잘 꿰어두는거죠.
이렇게 수술하면
종아리 골절 부위를 따로 열지 않고
발목 부근만 열어서 두 골절 부위를 모두 손볼 수 있습니다.
골절된 두 지점은 이렇게 안정화 되었습니다.
해결해야할 문제가 하나 더 있죠.
느슨한 인대를 보완한다
무릎-발목 사이의 두 뼈는 적당한 거리에서 움직여야하는데
지금 그 사이를 잡아주는 인대가 망가졌으니
두 뼈의 간격이 벌어질 수 있죠.
인대는 시간이 가면 서서히 복구될 거지만
그 시간이 지나는동안
뼈가 벌어지지 않게 잡아줘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인대도 좋은 간격으로 탄탄히 아물테니 말이에요.
예전에는 너덜거리는 인대를
뼈에 직접 스크류를 박아 고정했었습니다.
탄탄하게 고정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박혀있는 스크류 때문에
걷거나 활동하며 충격이 가해질 때
스크류(나사)가 똑 부러져버리는 일이 생기도 합니다.
요즘은
그런 단점을 보완한 타이트로프라는 재료를 사용합니다.

뼈에 아주 가느다란 터널을 뚫어
이 끝에서 저쪽 끝까지 줄을 통과시킵니다.
그 후 양끝에 있는 버튼으로 조임을 조절하죠.
파랗게 그은 점선이 뼈 안으로 지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남은 건 회복의 시간.
수술 후 관리
다리, 무릎, 발목 등 하체에 관한 수술은 1- 2주간 입원을 권합니다.
보행이 어려우므로 실밥까지 제거하고 퇴원하는 경우가 많죠.
4주에서 6주 정도는 고정해둔 채로 회복을 기다리고
6주 이후에는 고정을 풀고 재활치료를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잘 거친다면
3개월쯤 후에는 일상에 큰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내고정물은 6개월-1년 즈음에 제거합니다.
+
병든 나무를 치료해야 할 때
누구는 잎을 보고
누구는 뿌리를 파볼 것이며
누구는 벌레를 의심할 겁니다.
어느 쪽이든,
문제의 원인을 찾으면 나무는 살 수 있겠죠.
병에 있어
척 보면 척, 아는 의사는 없겠지만
병에 경험이 쌓이고 오래 고민하다보면
이것이 뿌리의 문제인지, 잎의 문제인지
혹은 둘 다를 봐야하는 문제인지
알아차리는 감각이 좋아질 겁니다.
의사가 그만큼 성장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쓰고
어찌될 지 모르는 불안한 날을 살아야하는 이는
환자겠죠.
그래서 의사는
오늘 미숙하더라도 내일은 덜 그래야 한다고,
내년에는 그보다 더 나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금보다 미숙했던 시절의 환자들,
그들에게 진 빚을 덜
유일한 방식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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