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판길에서 심하게 넘어지다가 손을 짚으면
손목 골절이 곧잘 생깁니다.
겨울철에 아주 흔한 사고죠.
오늘은 겨울철 수술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손목 골절 수술 사례를 소개합니다.

"넘어지다가 손을 짚어 뼈가 부러졌어요."
해당 증상으로 근처 병원에 갔는데,
수술이 필요할 것 같다는 소견을 듣고
오스정형외과에 오신 환자분입니다.


팔은 두 개의 뼈로 이루어지는데
손목쪽의 큰 뼈가 요골, 바깥쪽의 가는 뼈가 척골입니다.
넘어지다가 손을 짚어 생긴 골절은
요골 쪽이 더 흔하지만
넘어지는 방향이나 힘의 정도에 따라
척골까지 부러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충격이 클 경우 팔꿈치까지 손상이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팔꿈치도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엑스레이상 팔꿈치는 괜찮았습니다.
이만하기 다행이지요.

CT를 찍어 골절 양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해보니
뼈가 똑 부러진게 아니라
조각조각 부서진 분쇄골절입니다.
원위요골골절, 척골골절이 동시에 일어난 상황이고요.
환자의 고민은 늘 비슷합니다.
"꼭 수술을 해야할까요."
이 환자의 경우 제 대답은
수술이 필요하다,입니다.
부목으로 고정해두더라도
뾰족한 뼛조각들의 움직임에
주변의 인대, 힘줄, 신경이 손상을 받을 수 있어요.
예전에는 깁스로 고정을 해두고
뼈가 자연히 붙도록 하는 방법이 보편적이었으나,
사람의 뼈 모양과 유사한
기구(아나토미컬 플레이트)가 개발된 이후
이것을 대고 뼈를 고정하는게 일반적인 치료가 되었습니다.
예후가 좋고 수술도 오래 걸리지 않아요.
이 환자분도 그렇게,수술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수술과정
아나토미컬 플레이트를 사용한 내고정술
수술 중에는 C-ARM을 사용해
엑스레이처럼 뼈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요골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수술 부위를 열고 들어가서
산산조각 나있는 뼈의 정렬을 맞췄고요.

분쇄골절의 경우
뼛조각 하나하나를 퍼즐처럼 맞추는 것보다
전체 정렬을 잡는게 더 중요해요.
전체적인 축을 맞춰놓은 뒤
먼저 핀으로 임시 고정해봅니다.
바느질 할 때 위치를 잡는
시침질과 비슷한 과정이죠.

위치가 잘 잡혔으면 스크류(나사)를 사용해
플레이트를 단단히 고정합니다.
심하게 조각조각난 경우
정렬을 맞춘 뒤 뼈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길 수도 있는데
뼈가 자라 채워질 것을 생각해 그대로 두기도 하고
인공뼈를 채워넣기도 합니다.

척골도 똑같은 방법으로 정렬을 교정해주고
플레이트를 대서 고정을 시켜줍니다.
척골 부근 인대 손상이 있어
인대를 봉합하는 수술도 같이 진행했어요.
수술 후

손목 뼈의 정렬이 잘 잡힌 것 같습니다.
플레이트에도 고정 되지 않는 뼛조각은
핀으로 추가 고정을 해두었습니다.
수술후 관리
수술 후 재활을 거쳐 내고정물을 제거할 때까지
상처 상태를 보면서 3-7일간 입원 하고,
퇴원 후 2주 정도가 지나 실밥을 뽑습니다.
4-6주 정도는 부목을 고정해두고
뼈가 제대로 붙어서 잘 아물기를,
인대 등의 구조물이 안정화 되기를 기다립니다.
이후 물리재활치료를 꾸준히 하면서
3개월 정도 지나면 일상생활하는데 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재활치료
수술을 마치고 통증이 가실 때부터
주먹을 쥐락펴락하거나
손가락을 움직이는 운동을 시킵니다.
부목을 대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고요.
의사마다 판단은 다를테지만 저는
"아프더라도 움직여야한다"
라고 강조하는 편입니다.
수술을 잘 해도
구축과 유착이 생기면 예후가 나쁠 수 있기 때문이죠.
구축이 되면 근육이 굳어버리고
유착이 되면 힘줄이나 인대가 주변조직에 들러붙습니다.
이 과정은 수술 후에 바로 시작되기에
다 나은 뒤 움직여야지, 하면 늦을 수 있어요.
그러나 환자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수술 부위가 아플까봐,
봉합이 터질까봐, 뭐가 잘못될까봐
수술 후에 움직이기가 겁날 겁니다.
혼자하기 어렵다면 전문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손 운동을 진행하는게 좋습니다.
운동 반경, 필요한 힘의 크기에 대해 전문가니까요.

내고정물 제거
수술 후 6개월-1년 사이에
고정해두었던 내고정물을 제거하는데
제거할지 그냥 둘지는 환자에 따라 다릅니다.
오늘의 환자분은
수술 10개월 경과 후 제거했어요.

약간의 통증과 불편이 남아있길래
내고정물 제거 수술에 들어가 살펴보니
역시나 힘줄, 근육, 신경 등의 조직이
주변조직에 들러붙어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습니다.
내고정물을 제거하고, 유착된 부분을 풀고,
추후에 또 유착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마무리했습니다.

골절 부위는 잘 붙었고,
손목 뼈들의 배열도 좋아보이죠.
약간의 불편감도 내고정물 제거 후 없어져서
환자분도 매우 만족하셨습니다.
+
손목은 요골과 척골의 위치가 정말 중요합니다.
한쪽이 높거나 낮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요골과 척골 위쪽 동그란 뼈들의 배열이 흐트러지면서
손목이 망가질 수 있어요.
그래서 옛날에 수술을 한 후
시간이 지나 손목이 비뚤어져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술할 때 최대한 잘 맞춰야 해요.
손목골절 수술은
"뼈를 붙인다"라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만
손목에는 손가락으로 향하는 수많은 신경이 지나가고
힘줄과 인대도 상당히 많습니다.
수술 후에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 많은 것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멀리 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죠.
수술 전 골밀도 검사에서 뼈가 약한지 확인한 뒤
상태에 따라
뼈가 잘 아물 수 있도록 약제를 사용하기도 하고,
힘줄이 플레이트 옆 면에 긁혀 다칠 것 같으면
근육을 그 위에 덮어주기도 하는 등
수술 명은 같아도
환자 상태는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환자 제각각에 맞춘 고민이 필요합니다.
의사가 노련하다면
환자가 누릴 편안함이 더 클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