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이 아파요, 라는 건 참 간단한 증상이지만
손에는 뼈가 54개나 있습니다.
사람의 몸의 뼈는 총 206개인데
그 중 1/4 정도가 손의 뼈인거죠.
뼈가 많다는 건
관절도 많고 힘줄도 많단 뜻이고
문제가 생길 곳이 다양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아파온 손은
딱 한 군데만 문제일 때가 별로 없을 정도지요.
손의 여러 병이 겹쳤을 땐
여러 수술을 하루에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목,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등
전반적으로 과사용 증후군이 있는 환자분이었습니다.
과사용 증후군이란
신체부위를 무리하게 사용하여 따라오는 증상을 통틀어서 말하죠.
약 복용,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기본적인 치료를 2년간 이어갔으나 호전이 보이지 않아
3년 째에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주요증상
통증 부위가 다양한 과사용증후군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 너무 아픕니다.
약지가 자연스레 안 굽혀지고 뻣뻣하며 밤에 더 아픕니다.
손끝이 전체적으로 저립니다.
바닥에서 일어날 때 손바닥을 못 짚고 주먹으로 딛고 일어납니다.
다 비슷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각 부위별로 원인이 다른 증상들입니다.
그래서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민첩하게 움직이며
하루에 네 가지 수술을 진행할 거예요.

이름을 들어본 수술들이 제법 있죠.
각각 어떤 것인지 알아보도록 해요.
손목건초염 수술
드퀘르뱅 수술
손목 건초염이란
손목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이어지는 힘줄과
이 힘줄을 싸고 있는 건초와 신전지대 사이의 마찰로 인한 염증을 말합니다.
주로 증상이 엄지손가락 쪽으로 나타나겠죠.

건초 및 신전지대라는 이름은 생경하죠.
건초는 힘줄이 힘줄 통로를 부드럽게 움직일수 있게 해주는 것이고
신전지대는 힘줄이 이탈하지 않게 통로역할을 하며
전선 정리할 때 쓰는 홀더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모습이면 문제가 없겠지만
홀더를 너무 꽉 조으면
전선이 꽉 눌려 압박을 받고 찐득하게 들러붙겠죠.
드퀘르뱅 뿐 아니라
힘줄과 관련된 많은 질환이 이런 식으로 생깁니다.
이에 관한 해결법은
"꽉 조이는 압박을 풀어주고
안쪽에서 눌러붙은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한다."겠죠.
드퀘르뱅 수술은

신전지대를 열어 안쪽의 압력을 줄여주고
내부에 엉겨붙은 것들을 정리하는 수술입니다.
이 환자분의 증상 중
"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 너무 아픕니다."는
이렇게 해결 될 수 있을 겁니다.
콩알뼈 제거술
두상골 절제술
콩알뼈는 손목 부근의 새끼손가락 방향에 있는 아주 작은 뼈입니다.
손목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꺾는 일이 잦다보면
이 부근의 힘줄이 늘어나면서
콩알뼈 부근에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석회가 생기기도 쉽지요.

콩알뼈 부근의 통증이 생기면
딱히 거기,라고 칭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일을 하다가 손목이 아프다, 라는 식으로 느끼기 쉽습니다.
바닥에서 일어날 때 손바닥을 딛기 어렵고,
걸레를 비틀어 짜기 어려운 식으로.
콩알뼈는 힘줄/ 인대 등을 잇는 도르래 역할을 하며
그 자체로 많은 기능을 하지는 않습니다.
원래 있던 뼈를 제거해버려도 되나 싶으시겠지만
힘줄/ 인대를 이어주는 뼈이기 때문에
제거해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습니다.
이 환자분처럼
바닥을 딛고 일어나지 못할만큼 손이 아픈 경우
콩알뼈 쪽에 이미 이상이 생겨있을 가능성이 많아
남겨두는 것보다 제거하는 쪽이 더 편할 거예요.
방아쇠수지수술
활차유리술
방아쇠수지증후군은 손가락이 뻣뻣하고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부분의 힘줄을
잡아주는 구조물을 활차라고 하며,
손가락 하나에 여러개의 활차가 붙어있습니다.
역시 전선을 붙잡아주는 홀더, 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문제가 되는 활차는 보통 첫번째, A1입니다.
이것을 열어주는 것으로 힘줄이 받는 압박을 덜어줄 수 있죠.

수술할 땐 활차를 열어주는 것 외에도
힘줄을 바깥으로 꺼내
주변에서 힘줄을 자극하는 것들을 한 번 더 정리해 줍니다.
약지가 제대로 안 움직이고 밤에 더 아픈 증상은
이렇게 해결될 겁니다.
손목터널증후군 수술
횡수근인대 절개술

손목에는 9개의 힘줄의 지나가고
옆에 정중신경이라는 신경이 지나갑니다.
정중신경을 전선홀더처럼 붙잡아주는 것이 횡수근 인대,구요.
손목을 많이 쓰다보면 횡수근인대 및 힘줄주변 건초가 두꺼워져
손목 터널안에 있는 정중신경을 압박하게 됩니다.
이럴 땐 횡수근인대를 열어줍니다.

활차유리술, 드퀘르뱅 수술, 손목터널증후군 수술,
모두 좀 비슷한 거 같죠.
맞아요. 모두 뭔가 꽉 조여서 안쪽을 눌러 생긴 증상이기 때문에
수술 방식도 비슷한 겁니다.
조이는 것들을 열어 안쪽의 압력을 덜어주는 거죠.
그러면 이제 궁금한 것은
Q. 인대나 활차를 절개해버려도 괜찮은가요?
압박하던 구조물을 열어주면
그 안을 지나가던 힘줄 등의 자극이 덜해지고,
나중에는 거기에 흉터살들이 생기면서
이전보다 느슨한 구조물이 생성됩니다.
+
환자분은 수술 이후 통증이 덜한 상태로 지내시다가
몇 개월 지난 뒤
이번엔 다른 부위에 통증이 생겨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그래서 두 군데에 수술을 더 하고 가셨죠.
이후에는 큰 탈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다.
과사용 증후군은 마치 양파처럼
통증 요소가 겹겹이 쌓여있는 병이라
여기가 좋아지면 다른 곳이 아파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통증은 늘 가장 아픈 곳이 먼저 느껴지기에
제일 나쁜 곳이 해결되면 그 다음 나쁜 곳이 보이고 그런거죠.
그러나 한겹 한겹,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 됩니다.
+
저에게 수술이란
하루에 몇 번씩 일어나는 익숙한 업무이지만,
환자의 삶에서 수술이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일일 겁니다.
수술의 시간은 짧지만
회복의 기간은 최소 두세달이므로
그사이 겪어야할 일상의 불편은 결코 적지 않죠.
그래서 한 번 수술할 땐
가급적 많은 곳을 고쳐놓고 나오려 합니다.
엉겨붙은 것들을 최대한 제거하고
지저분한 곳들을 가능한 많이 정리하고 닫으려 해요.
그렇게 해도 이 환자분처럼
다른 곳이 또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술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일이
병원에 더 큰 이익을 줄 지 모르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의사는
환자를 덜 고되게 할 방법을 찾으려 애써야하는 사람이고
선택의 방향 또한 늘 그러해야 하기에
이것이 환자분의 마지막 수술이기를 바라며,
열린 상처 위에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해놓고 나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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