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손저림 문제를 수술로 풀어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손이 심하게 저려요."
70대 환자분 C씨가 손 저림 증상으로 내원하셨습니다.
일단 손을 보니

눈으로 봐도 손목이 휘어진 것이 보이죠.
이정도로 크게 변형되어 있으면
손가락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목 디스크의 영향도 살펴야 합니다.
원인이 목 디스크일 경우 손 수술은 의미가 없으므로
목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신경검사도 해보았습니다.
결과를 보니 C씨의 저림은 목 디스크로 인함이 아니라
손목에서 신경이 눌려서,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손목의 상태파악
비뚤어진 정렬의 문제
손 엑스레이를 보니 손가락 변형도 심하지만
손목을 주목해볼까요.

손목의 흐름을 보면
왼손의 축은 전체적으로 반듯한 데에 비해
오른손의 축은 꺾여 있습니다.
CT를 찍어보니 골절의 흔적이 보여요.

몇년 전 넘어지며 손목이 골절되어
타 병원에서 골절 수술을 하셨다고.
그 때 수술이 좀 더 잘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현재 상태를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동그라미 표시한 부분의 굴곡은
골절 부위가 잘 못 붙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골절된 부분이 내려앉듯이 붙어 뼈가 짧아져버렸어요.
그러면서 주변 뼈들의 정렬이 흐트러졌고
결과적으로 손목이 비뚤어졌습니다.
수술까지 한 손목이 이러니 어쩔 수 없나보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하나보다 여기셨다 하니
여러모로 마음이 착잡합니다.
어쨌든 이 환자분 치료의 핵심은
요골과 척골의 길이를 다시 맞추고
비뚤어진 뼈에 의해 눌린 신경조직을 풀어주는 것,이겠습니다.
어떻게 뼈의 길이를 맞출까
척골단축술 vs 요골연장술
팔꿈치에서 손목까지의 뼈는 두 개입니다.
엄지 쪽이 요골, 새끼손가락 쪽이 척골이죠.

C씨는 요골이 내려앉아 짧아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골을 늘리거나, 척골을 줄이거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죠.
척골단축술
상대적으로 긴 뼈의 길이를 줄인다

말 그대로 뼈를 잘라붙여 짧게 만듭니다.
상대적으로 밀려올라간 뼈가 아래로 내려오면
손목 부근에 공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손목뼈들의 배열이 자연스러워지죠.
요골연장술
짧아진 요골을 잘라 길게 만든다

짧은 쪽을 잘라서 뼈를 벌린 뒤 고정하는 수술입니다.
벌어진 자리는 인공뼈로 메우거나, 다른 부위 뼈를 떼어서 채워넣어요.
듣기만 해도 단축술에 비해 복잡하죠.
실제로 수술시간도, 회복시간도 깁니다.
다른 부위의 뼈를 떼어내는 것도 부담일 수 있고
빈 자리가 단단하게 아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C씨는 요골이 짧아진 것이 문제이므로
요골을 늘리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일 겁니다.
복잡하더라도 이 방향으로 수술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수술 목표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손목 부위 신경을 압박하는 원인을 제거한다
짧아진 뼈를 늘려 손목 배열을 맞춘다
신경감압술
압박하는 원인을 제거하여 신경이 받는 압력을 줄인다
신경검사 결과 손목 부근 이상소견이 있었기에
근처의 신경에 문제가 있는지 찾아봅니다.
정중신경이 주변조직에 들러붙은 게 보이네요.

정중신경은
손목에서 손가락으로 여러 갈래 나눠지는 큰 신경입니다.
여기 문제가 있으면 손가락 저림이 생길 수 있죠.
정중신경에 허연 조직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신경도 비좁은 틈에 꽉 끼인 것 같죠.
비좁은 틈에 꽉 끼인 것 같은 신경의 주변을 정리하고
유착된 조직들을 떼내었습니다.
이렇게 신경이 받는 압력을 줄여주는 수술을 신경감압술, 이라고 해요.
요골연장술
요골을 잘라서 벌린 뒤 단단히 고정한다

뼈를 자르기 전에 먼저 플레이트를 대고
플레이트 머리 위치에 나사 구멍을 뚫어둡니다.
일단 뼈를 자르고 나면
절단면 위아래 뼈가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뼈를 자르기 전에 미리 위치를 정해두어요.
나중에 이 위치에 플레이트를 고정할 겁니다.

이제 플레이트를 다시 빼고
뼈를 자릅니다.
그리고 원하는만큼 간격을 벌려
뼈의 길이를 확보합니다.

표시해둔 자리에 플레이트를 놓고
다시 뼈의 간격을 조정합니다.
정교하게 위치를 맞춘 뒤
나사를 박아 고정하고요.

이렇게 여러 개의 나사로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뼈는 플레이트에 고정되어 있고
벌린 뼈 사이 공간은 비어있는 상태지요.
뼈 사이 공간을 메우는 방법은 여러가지 입니다.
① 자연히 붙도록 둔다
② 본인 뼈를 떼어와서 넣어준다
③ 인공 뼈를 채워준다
연세를 감안하면 1과 2는 무리입니다.

뼈를 자르는 과정에서 나온
뼈 부스러기를 최대한 모아
빈 공간에 먼저 넣었습니다.
이후 남은 공간에
인공뼈를 추가로 채우고 마무리했어요.

삐딱하던 팔이 반듯하게 잡혔죠.
일상에서 힘을 쓰거나 움직일 때 덜 불편하실 거고
손가락의 저림 증상도 훨씬 덜할 겁니다.
앞으로 6주~8주 동안 깁스를 유지해야 합니다.
깁스를 푼 후에도 석달은 조심조심 써야 하고요.
수술 6개월 후에는 단단히 아물어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수술의 기술
1%의 차이를 만드는
수술명이 같아도
방식은 의사마다 다를 때가 많습니다.
좀 더 좋은 결과를 위해 고민하며 반복적으로 수술을 하다보면
각자의 기술, 혹은 요령이 조금씩 생기거든요.
예를 들면 뼈를 자를 때

저는 사선으로 자를 때가 많습니다.
사선으로 자르면 절단면이 넓어져
나중에 뼈가 붙을 때 넓은 면적끼리 닿아
유합에 더 유리하리라 판단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의사마다 다르겠지만
제 환자들은 예후가 좋았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수술의 경과를 좋게 하는 것은
이런 한끝 차이들의 합일지 모르지요.
1%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수술입니다.
이 환자에게 쓴 플레이트는 “뼈 모양에 맞춰 각이 만들어져 있는”
아나토미컬 플레이트,라는 것입니다.

환자의 부위에 맞는 아나토미컬 플레이트를 정해
그 굴곡에 맞춰 뼈를 위치하면 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수술이 많이 간단해졌어요.
수술 시간도 짧아지고 결과도 좋아졌죠.
인공뼈의 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무조건 뼈를 잘라다가(보통 골반뼈를 썼습니다)
빈 공간의 크기에 맞춰 다듬어 넣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3시간 넘게 수술해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뼈를 떼낸 부분도 회복해야해서 환자도 많이 불편했죠.
지금은 해당 부위에 인공뼈를 부어 굳히기 때문에
이 과정이 수월해졌고 예후도 좋아졌습니다.
+
세상이 변하고 좋은 기구들이 등장한 덕에
예전에는 불가능했으나 지금은 가능해진 수술이 많죠.
그런 사실을 알기 힘든 환자분들이
"큰 병원에서도 수술 안 된다고 해서 포기하고 살았어요."
라고 하실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기대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지 않기에
무작정 수술하자 말할 수 없지만,
나은 삶에 대한 기대가 피어오를 때
한 번쯤 상의하러 오셔도 좋겠습니다.
이어질 과정이 녹록치 않을 땐
저는 또 잠을 못자고 고민을 하겠지만,
그 고민의 결과로
누군가의 남은 삶이 덜 아프다면
그만큼 보람있는 고민도 없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