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딘가에 손이 끼이는 일은 아주 흔합니다.
쾅 닫히는 방문, 옷장문, 차문 등에 손이 끼어
눈물 쏙 빠지게 아프기만 하고 끝나면 다행이지만
심한 경우에는 손톱 밑에 시꺼먼 멍이 들거나
골절이 되는 경우도 있고
더 심한 경우 손가락이 잘려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서운 일이죠.
손톱 아래 멍은 살다가 몇 번쯤 겪는 일이고
시간이 지나 절로 나은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대단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것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손톱 아래 피멍이 들었을 때

멍이 든다는 건 조직 손상이 있다는 뜻입니다.
손상이 생기면 해당부위에 피나 체액이 몰려드는데
이렇게 몰려든 것들은 적당히 스며들거나
밖으로 흘러나가야 하죠.
손톱으로 막힌 부위는 밖으로 배출이 안 되어
점점 압력이 올라 통증이 생기게 되는데
이걸 조갑하혈종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태로 병원에 찾아온다면
멍이 증상의 전부가 아니고
심한 통증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조갑하혈종의 치료가이드
엑스레이를 보고 골절이 아닌 경우라면
혈종의 양을 보고 치료를 결정합니다.

손톱 밑 까만 범위가 전체 면적의 50%보다 작으면
손톱에 구멍을 뚫어서 압력을 뺍니다.(혈종배액술)
안에 고여있던 액체가 빠져나가면서
꽉 차있던 압력이 빠지고,
주변 살이 죽을 확률도 줄어들죠.
까만 범위가 전체 면적의 50%를 넘으면
수술적인 치료를 권합니다.
이런 걸로 수술까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늘 소개할 환자가 바로
조갑하혈종으로 수술한 케이스입니다.
"차문에 손이 끼인 뒤 멍이 들었는데 점점 너무 아파요"
우선 엑스레이를 찍어
골절여부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골절은 아니어서 조갑하혈종으로 진단하였구요.
일단 구멍을 내어 압력을 빼는 처치를 했습니다.

손톱의 50% 이상이 혈종으로 차있어도
수술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임시조치를 취해놓고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며칠 지나자 다시 피멍이 올라오고 통증이 생겼습니다.
또 구멍을 뚫어서 압력을 뺐고
또 며칠 후에 통증이 오기를 반복했어요.
여러 차례 압력을 뺐지만 반복되는 것을 보면
내부 손상이 크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겠죠.
염증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안쪽 상황을 살펴보려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수술과정

우선 손톱을 뺍니다.
많은 환자에게 공포감을 주는 과정이지만
마취한 상태에서 부착면을 살살 떼가며 제거하기 때문에
다행히 이 과정의 통증은 없습니다.
손톱 아래에 손톱바닥면이 있는데
(조상, nailbed라고 부릅니다.)
환자는 이 부분이 찢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와 체액이 계속 고인 거였죠.

손상된 조직과 죽은 살들을 청소해줍니다.
추후 남은 조직으로 인한 염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꼼꼼하게 살피고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옵니다.
안에 뼈가 보이긴 하지만
엑스레이에서 보았듯 골절은 아니었습니다.
찢어진 정도가 그 정도로 깊었어요.

너무 촘촘하게 꿰매면
피와 체액이 못 빠져나올수 있기 때문에
다소 듬성해보이게 꿰매었습니다.
수술 전만큼은 아니어도, 초반 며칠은
상처면에서 체액이 분비될 거니까요.
촘촘하지 않으면
잘 못 꿰맸다, 성의없다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지만
꿰매는 간격이나 매듭의 방식은
환부의 상태에 따라 제각각 다릅니다.
이런 판단을 적절하게 하는 것이 의사의 일이겠죠.

조상이 잘 꿰매어진 것을 확인한 뒤
인공손톱을 얹고 고정시켜 마무리 했습니다.
회복의 시기
3주 후에는
얹어두었던 손톱을 제거하고 실밥을 뽑습니다.
이후 3개월 ~ 6개월 정도
새로 손톱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손톱이 채워지는 기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요.
수술 후에는 입원하여 경과를 보는 것이 좋지만
일정상 불가능하거나 염증이 심하지 않다면
입원 없이 외래로 경과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인공손톱은 왜 얹어놓나요?
조근에서부터 손톱이 자라나오는데
조상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주변 살들이 들러붙어
손톱이 나오는 공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손톱이 정상적인 상태라면 그대로 쓰기도 하지만
감염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인공손톱을 얹습니다.
진료 중에 수술,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기겁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수술이란 단어에 묻어나는 오싹함과
피가 철철 흐르는 느낌 때문이겠죠.
그러나 수술에는 간단한 종류의 것들도 많아요.
수술 자체는 간단한데
수술,이라는 이름 때문에 오래 걱정하다가
병을 더 키워 오는 경우를 보면 몹시 속이 상합니다.
간단한 수술일수록
환자를 설득하기가 더 어려운 법이예요.
이 정도에 뭐하러 수술까지, 라고 생각하다가
오늘 케이스처럼 오래 고생하시는 경우도 있고
심하면 수술의 때를 놓쳐 더 큰 일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술이라는 단어에 압도되지 않고
부디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저와 환자 모두
필요치 않은 수술은 하지 않기를,
필요한 수술은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19_177743324804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