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을 뎅강 잘라내고 싶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말하는 병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다녀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도, 잠을 깊이 잘 수도 없어서
괴로움이 이루 말로 다 못할 정도지요.
"손가락이 너무 아프고
손톱에 무언가 스치기만해도 아파요."

주 증상은 극심한 통증이지만
특이한 손톱 모양 외에는
외관상으로 크게 이상한 점이 안 보입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봅니다.

엑스레이 상에도 큰 문제는 없어서
뼈와 관절의 문제는 아니다, 확인하고 초음파로 넘어갔더니
이상한 부분이 보입니다.
혹으로 추정되는 조그만 지점이 보이죠.
대단히 또렷해보이지도 않는 이 작은 지점의 문제가
이토록 극심한 통증을 일으킬까 싶지만
맞을 겁니다.
이런 환자를 여러 차례 수술한 적이 있기 때문에
초음파를 보는 것으로 이미 예측할 수 있어요.
수술
해당부위는 손톱 아래쪽입니다.
이럴 땐 손톱을 제거한 후 아래 쪽을 들여다봅니다.
살살 손톱을 제거한 뒤 손톱 아래를 살펴보니
약간 푸르스름하게 어두운 부분이 보입니다.
이 아래에 문제가 있을거라 예상할 수 있죠.

해당부위를 절개하고 들어가보니
드디어 문제의 원인이 보입니다.

저 빨간 덩어리는
사구체 종양,이라 부르는 손가락 종양으로 추정됩니다.
흔히 사구종(Glomus tumor)이라고도 하죠.
사람을 이토록 괴롭게 한
문제의 크기는 어느정도일까요.

고작 3mm 정도.
삶을 흔들어놓는 것들의 크기가 늘 거대한 것은 아니죠.

혹을 떼어내고 안쪽은 깨끗하게 세척해준 뒤
빼두었던 손톱을 다시 얹고 봉합해주면 수술은 끝납니다.
정확한 결과를 위해 조직검사를 의뢰해두고요.
절개를 하고 손톱을 뺐으니 처음에는 통증이 있겠지만
며칠 사이 사그라들 것이고
초기에는 손톱 변형이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 손톱이 자라면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인류는 우주 여행을 다닐만큼
거대한 발전을 이룩하고 있고
의료의 세계에도 대단한 장비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몸에 대한 문제가
좋은 장비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결책을 기대하고 찾아간 대학병원에서
으리으리한 장비를 동원한 다양한 검사 끝에
원인 불명,이라는 답을 듣고나면
환자는 앞이 막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하나 절망하기도 하고
더 좋은 장비가 있다는 병원을 전전하기도 하죠.
이 경로를 고통스레 겪어온 오늘의 환자,
이 환자의 3mm 문제를 찾아낸 것은
대단한 장비와 큰 규모의 병원이 아니라
초음파,라는 흔한 장비와
이 케이스를 수차례 만나본 이의 예감이었습니다.
MRI까지 찍었는데 왜,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작 이런 문제는 MRI에서 찾기가 힘들어요.
그럴 때 요긴하게 쓰는 것이 초음파 촬영입니다.
MRI나 CT에 비해 또렷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MRI나 CT에 보이지 않는 작은 문제를 찾아줄 수 있는 기계.
방사선 노출에 대한 걱정 없고
다른 장비에 비해 환자 부담이 적은 기계.
단점이라면
의사의 눈에 의존하는 바가 많다는 것.
의사의 눈이 날카로워 초음파를 잘 쓰기만 한다면
환자에게 여러 검사를 권하지 않으면서,
큰 비용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문제를 찾아낼 수 있겠죠.
의사가 노련하면 환자가 그 덕을 누릴 것이기에
이 흔한 기계를 애정하며 쓰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