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받았는데 나아지지 않으면 환자는 낙담하게 됩니다.
큰 병원에서 수술했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못 고치는 병인가보다,하고 치료를 포기한 채
불편을 일상으로 받아들인 채 살게 되지요.
그러나 치료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수술에도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이 방법이 안 되면 저 방법을 써볼 수 있는거죠. 오늘의 사례처럼.
"손가락이 안 펴집니다."
오른손 검지에서 새끼손가락까지 굽어진 채
펴려해도 펴지지 않는 환자 D씨입니다.

최대한 편 사진이예요.
억지로 잡아당기면 펴지지만 자신의 의지로는 쥐락펴락이 되지 않습니다.
손이 굽은 이 증상을 낫게 하려
D씨는 몇 년 전 대학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목 신경이 눌려 근육이 마비된 것이라는 진단을 받아
신경감압술을 받으셨다해요. 눌려있는 신경을 풀어주는 수술이죠.
수술 후에도 손은 펴지지 않았으나
개선여부를 보려면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한다하여
N씨는 3년을 기다렸습니다. 손이 여전히 굽은채.
시간이 지나갈수록 체념 상태가 되었습니다.
큰 병원에서 해결을 못했다고
방법이 없으리라 쉬이 포기하지 마세요.
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고 싶어하는 다른 의사를 찾아내면 될 일.
D씨의 굽은 손가락을 펴지게 할 수술을 계획해봅니다.
수술계획
손가락이 굽어있는 경우 세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1) 신경 부위의 뭉침과 압력을 풀어주는 수술(신경감압술)
2) 신경을 옮겨붙이는 수술 (신경전이술)
3) 힘줄을 옮겨붙이는 수술 (힘줄 전이술)
신경감압술은 예전 수술에서 시도해보았으나 차도가 없었으니
2.3 중에서 선택해야죠.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는 2-3년 사이 근육이 많이 빠져
신경전이술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건강한 힘줄을 끊어서 필요한 곳에 이어붙이는 힘줄전이술로 선택합니다.
수술

손바닥 쪽 팔에서 힘줄을 끊어 손등 쪽 팔로 옮깁니다.
수술 부위는 통증이 없되 의식은 깨어있게 하여
환자분이 스스로 손을 움직일 수 있도록 했어요.
얼마나 구부러지는지 중간중간 테스트하며
힘줄 당김의 정도를 조절했습니다.
굽어진 손가락을 환자 본인에게 쥐락펴락하게 하며
수술을 진행했다는 얘기는

수술 후 이렇게 펴졌다는 얘기죠.
정확히는 수술 중에 펴졌습니다.
수술은 목적한 대로 무사히 마무리했고
이제 손가락이 정상적으로 펴집니다.
쭉 뻗은 손가락을 보는게 몇 년만일까요.
여기서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기지요.
질문1.
힘줄을 끊어다쓰면 그 힘줄이 하던 일은 어떻게 되나요
손목을 구부리는 힘줄은 3개입니다.
각각 이름이 있지만 통칭해서 손목굽힘근이라고 부를게요.

손목굽힘근 세 개 중에서 하나를 떼다 썼습니다.
두 개의 손목굽힘근이 남아있으니
손목을 굽히는 일은 저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
다만 워낙 근육이 많이 약해진 분이었고
힘줄 3개가 하던 일을 2개의 힘줄이 해야하니
일상에 큰 무리가 없도록 쓰셔야할 겁니다.
재활을 하며 손을 아껴쓰는 게 좋을 거예요.
질문2.
아무 힘줄이나 떼다붙이면
원래 힘줄처럼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기능을 하는 힘줄을 가져와야해요.
손가락을 펴는 일을 시키려 할 땐
손가락을 펴게 하는 힘줄을 가져와야해요.
손목을 까딱까딱 해보시면
손등 쪽으로 꺾을 때에는 손등쪽 힘줄이 작동하고
손바닥 쪽으로 꺾을 때에는 손바닥쪽 힘줄이 작동합니다.
여기까지는 간단하죠.
이제 손목을 까딱거리며 손가락의 움직임을 봅니다.
손등 쪽으로 꺾으면 손가락이 굽혀지고
손바닥 쪽으로 꺾으면 손가락이 펴지는게 보이나요.
그렇죠. 손등 쪽 힘줄은 손가락이 굽혀지게 하고
손바닥 쪽 힘줄은 손가락이 펴지게 합니다.
이번 수술의 목표는 손가락이 펴지게 하는 것이었기에
손바닥쪽 힘줄을 떼서 사용했습니다.
회복과 재활
목표한 움직임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면
이제 남은 건 두 가지 염려입니다.
수술 후 너무 많이 움직이면 힘줄이 끊어지거나 늘어날 수 있고,
너무 적게 움직이면 주변 조직에 유착될 수 있다는 거죠.
수술이 잘 되어도 수술후 관리에 따라
망가지기도 하고, 더 나빠지기도 하기에
아직 안심할 수 없습니다. 환자의 협조가 많이 필요해요.
초반에는 손가락까지 고정해둔 채 수동적 운동을 하고
4~6주 후에는 손목까지만 고정하여 손가락 운동을 진행합니다.
이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지내보고요.
6개월이 지난 지금, D씨는 불편없이 손가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동작과 생활 속에서
그간 소실된 근육이 차차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
D씨가 내원한 건 손 문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손은 테이블 위로 꺼내지도 않고
오히려 감추고 싶어하는 눈치였어요.
그러나 저는 하루내 손을 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
똑바로 보지 않아도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릴 때가 있죠.
부자연스러움을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
또다른 부자연스러움을 만드니까.
이럴 때,
시도해 볼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먼저 꺼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못본 척 할 수도 없는 일이라 스치듯 말씀드렸는데
환자분은 스치듯 듣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방법이 있다는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지내다가
다시 희망을 가져보는데 걸린 시간은
2년.
D씨는 지금도 종종 병원에 오십니다.
언제나처럼 의례적인 진료로 만나지만
잘 움직여지는 손가락과 밝아진 얼굴을 볼 때면
따로 내색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참 마음이 좋습니다.

⚠️이 글은 특정 수술의 효과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환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의학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수술 경과 및 결과는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